글 : 한창훈 |
찌는 듯한 더위가 계속되는 금요일 퇴근 시간에 삼삼오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 꿈을 가진 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오늘은 파블로 피카소, 살바드로 달리와 함께 스페인의 3대 거장으로 불리는 호안 미로의 특별전 걷기 명상이 열리는 날이다. 입구부터 우리들을 맞이하는 노란색 배경이 특히 눈에 띈다. 아침지기들이 즐겨 입는 노란색이고 옹달샘에서 많이 보는 노란색이라 더욱 정겨운 듯하다. 친구끼리 오신분들, 아들내외함께 오신듯한 어머니, 초등학생 딸과 함께 온 아빠등 더운 여름의 열기에 아랑곳 하지 않고 꿈의 화가와 한 여름밤을 같이 이야기하고자 많은 분들이 오셨다. 고도원님과 윤나라실장님, 그리고 공연을 기획한 큐레이터께서 우리들이 걷기 명상을 하면서 보게 될 호안 미로 작품에 대해서 설명이 이어졌다. 호안미로 작품을 시청에 기증하면서 시작된 전시회는 아시아 최대전시회로 264점이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특별히 호안미로 재단에서 가족들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도 같이 전시되어 모든 것을 한 눈에 볼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1층과 2층으로 이루어진 작품과 호안 미로의 작업실인 마요르카까지 만들어 놓아서 생동감을 더해 주었다. 호안 미로의 작품에는 제목 대신 '무제'라고 표시되어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작가가 제목을 정해 놓으면 감상하는 사람이 그 제목에 갇히게 될 것을 우려하여 제목을 붙이지 않고 자유롭게 상상의 날개를 피면서 감상하라는 대가의 배려가 담겨 있다. 그만큼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시장 초입에 우리를 맞이하는 것은 동굴 벽화에서 영감을 얻어 원시 문화를 표시한 그림과 스페인 건축의 거장인 안토니 가우디에게 받치는 그림들로 꾸며져 있다. 모든 그림에 힘차면서 자유롭게 캔버스를 움직이는 검은 색의 강렬한 힘과 중간에 빨간 점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커다란 캔버스에 용이 승천하는 듯한 굵은 선이 있이 있으며 거기에서 흘러내리는 물감 자국이 방금 그림을 그려서 우리에게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 있다. 붓대신 빗자루를 사용하여 그림을 그리고 생활의 모든 소재를 그림의 재료로 사용한 자유 분방한 대가의 기품이 느껴진다. 반복을 죽음보다 더 두려워했던 호안 미로는 미술가이자 시인이었다. 생활하면서 보는 모든 것을 가지고 예술로 승화시켰다. 공사장의 합판과 소포 포장지위에 그대로 그림을 그리면서 우리 삶이 그림이 될수 있음을 직접 보여주었다. 특히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기성 제품을 모아서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1950년대 창조적 공간인 마요로카를 만들었다. 마요로카 작업실의 사진에서는 정말로 그림밖에 없었다. 오직 중앙 테이블과 흔들의자 외에는 전부 그림으로 덮혀 있었다. 거기서 그는 꿈을 꾸었고 우주와 자연과 사람에 대한 시를 그림으로 표현해 낸 것이다. 세르트 작업실에서 아래를 내려보든 듯한 80세의 호안 미로의 모습에서는 친근한 할아버지와 꿈을 꾸는 꿈지기 모습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림에 익숙하지 않은 아침 편지 가족들이 그림을 보기에 전혀 무리가 없다. 나와 같은 그림의 문외한도 이해가 쉽도록 모든 것을 단순하고 간결하게 표현 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거기에는 쉽게 아주 단순함이 강조되어 있다. 어떤 그림은 강렬한 색상을 사용하지 않은 흑백으로만 표현되어 있다. 검정과 하얀 캔버스가 대조를 이루어 동양의 먹을 사용한 듯한 여백의 미를 보이는 작품도 있다. 하얀 여백에 굵은 검은 선으로 모든 것을 단순화 하여 표현했다. 꿈을 그리기 위해 자신이 모든 것을 느끼고 보고 그것을 그림으로 노래한 시인이었다. 또한 일상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위해 대상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모짜르트의 음악을 너무 좋아하여 그의 작업실에는 항상 음악이 흐르고 있어 미술과 음악의 하나가 되는 작업공간이었다. 호안 미로의 그림을 보면 무엇을 알 듯 하면서도 모르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별과 우주를 표현해 놓은 그림에는 호안 미로의 꿈이 펼쳐져 있고 거기에 아침 가족들의 꿈이 더해져 한 여름밤의 꿈의 대화가 계속되었다. 1층과 2층에 걸쳐 모든 걷기 명상을 마치고 서미순 소장님이 준비해놓은 맛있는 간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손으로 맛있게 구운 쿠기와 달달한 팥이 들어 있는 앙금빵과 과일과 시원한 음료를 먹으면서 걷기 명상을 하면서 느낀 감정과 간만에 만난 지인과의 대화로 여름밤의 열기를 식혀가고 있엇다. 이어진 음악치유시간, 3명의 뮤지션들이 준비한 음악은 오늘 밤의 주제와 관련된 꿈과 연관된 음악들이 더위에 지친 마음들을 어루만져 주기에 충분했다. 꿈을 그린 화가전인 만큼 뮤지션들도 꿈과 관련된 노래를 준비한 센스가 돋보였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다 있죠. 우리 다함께 노래 합시다. 후회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그리고 고도원님의 미니특강이 이어졌다. 고도원님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바로 "꿈"이다. 그런 꿈에 맞게 코디한 연한 재킷도 잘 어울렸다. 우리는 호안 미로전을 보고 우리도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꿈을 꾸게 되었다. 그림이 너무 어렵지 않고 쉽게 다가갈수 있기에 이런 마음이 아침편지 가족들도 가졌으리라 생각된다. 호안 미로에게 붙여진 꿈을 그린 화가라는 별명은 당시 사람들이 그려준 것이 아니라 후대 사람들이 그에게 선사한 것이다. 꿈을 그린다는 것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만드는 것과 같다. 거기에는 절대 고독과 알지 못하는 장애물이 있다. 그러나 그것을 이겨낼 각오를 해야 하는 것이다. 꿈을 가진 사람은 경험을 창조하는 것이다. 단순히 알고 있는 것을 설명하는 것은 지식인이지만 거기에 미래의 경험을 붙여서 꿈을 만드는 것이 예술가이자 시인이고 바로 호안 미로였던 것이다. 과연 꿈은 어디에 있을까? 동굴벽화에서 오리진(Origin)을 찾은 것처럼 선조들이 이루어 놓은 것에서 원조를 보고 내가 살고 있는 현재를 돌아보고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을 연결하는 것이 꿈이다. 우리는 우리속에 소음이 없어질 때 신의 음성과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가 있다. 시인의 영혼을 가진 예술가는 그것을 듣고 표현한다. 시와 그림으로 표현한다. 우리는 누군가와 공감하고 만나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서로에게 시인이 되어야 한다. 단어 하나에서 영감을 얻어 초지혜로 발전시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프로의 손, 전문가의 손으로만 가능한 것이다. 이런 프로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수없이 반복된 연습과 삶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가우디와 미로가 당대에는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그들의 작품이 이제는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영혼에 감동을 일으키고 있다. 더운 여름날 시원한 옷차림으로 가벼운 마음을 가지고 가족들과 호안 미로전에 저녁나들이를 하면 좋을 듯 하다. 거기서 평생 자연과 우주 그리고 삶속에서 꿈을 발견하여 표현한 거장과 꿈의 대화를 나누면 어떨까 한다. 우리가 모르고 지냈던 많은 꿈들이 단순하고 명쾌한 그림이 던져주는 많은 이야기를 들을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호안 미로展 걷기명상' 조송희 사진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