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에 가을이 깊어갑니다.
하늘은 더 높아지고 들꽃은 마지막 향기를 뿜어냅니다. 여름 내 무성하던 잎을 떨어뜨리며 겸손을 배우는 숲. 머지않아 다가 올 겨울을 준비하는 '깊은산속 옹달샘'의 아름다운 가을입니다. '인순이의 옹달샘 숲속음악회'가 열렸던 숲, 15,000명의 아침편지 가족이 환호성을 지르는 열기로 가득 찼던 그 숲에 가을이 저 홀로 눈부십니다. 님들이 가신 자리에서 숲은 활활 단풍꽃을 피웠습니다. 지난 가을의 추억을 안고 붉게 물들어 가는 단풍, 그리움을 배운 나무와 하늘입니다. 가을에도 꽃이 핍니다. 옹달샘에도 가을꽃이 핍니다. 꽃범의꼬리. 연못의 물빛은 더 깊어지고 오리 두 마리의 사랑도 깊어갑니다. 좀개미취는 철을 잊은 듯 마지막 싱그러움을 뽐내고 있습니다. 백일홍입니다. 뜨거운 여름과 초가을, 혼신의 힘을 다해 백일동안 꽃을 피웠던 그 열정도 이젠 접을 때가 되었습니다. 시드는 꽃도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떨어진 단풍잎도 눈부십니다. 야외카페의 지붕위에는 박이 영글고 먼 산에도 단풍이 물들어 갑니다. 명상의 집 앞 키다리 나무도 가을 옷을 입었습니다. 완공되기 전에 이미 손님맞이를 했던 '깊은산속 링컨학교' 건물은 이제 예쁜 창문들이 모양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미완의 창에도 계절은 찾아옵니다. 옹달샘의 가을 하늘은 더 깊고, 더 푸릅니다. 고도원님의 집필실이 있는 '춘하추동'에 드리운 나무그림자. 그 분의 가슴 속에도 그림자는 있을 것입니다. 이 집필실에서 때때로 견뎌내야 할 절대고독. 숲도 웃고, 그림자도 웃고, 그림자의 주인도 활짝 웃을 그 날을 기다립니다. 숲속의 오두막, 폭폭 낙엽이 쌓여가는 사랑채 풍경입니다. 숲의 하늘. 걷기명상 길에 낙엽이 가득합니다. 나무에서 땅으로 몸을 내린 이 잎사귀들도 머지않아 땅의 품속 깊숙이 스며들겠지요. 숲속 깊은 곳에 자리한 야생화 군락지네요. 구절초는 나비처럼 날개를 접으며 임종을 준비한다는 것을 비로소 알았습니다. 내년 가을에는 이 자리에 더 많은 꽃들이 피어나겠지요. 산 아래쪽에는 떨어진 밤송이가 지천이더군요. 토실하고 달콤한 열매들은 다람쥐들이 숲속 곳곳에 숨겨 두었겠지요? 곧 겨울이 들이닥칠 테니까요. 옹달샘 야생화들의 가을걷이도 시작 되었습니다. 익은 꽃씨들은 이렇게 미리미리 거두고 햇빛에 잘 말려두었다가 새봄이 오면 씨를 뿌리겠지요. 따뜻하고 맑은 햇볕이 쏟아지는 그날, 깊은산속 옹달샘 곳곳에 야생화와 산야초가 군락을 이루며 눈부시게 피어날 그날을 기다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