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의 옹달샘 전통 장독대’ 준공식이 있는 날입니다. 하늘은 푸르게 개이고 봄을 시샘하는 찬바람에 잔뜩 움츠리고 있던 생강나무 꽃이 노랗게 꽃망울을 터트렸습니다. 우리의 옛 어른들이 장독대 담장을 쌓던 방식을 그대로 살려 지은 옹달샘 장독대의 와담 입니다. 언덕이 있는 지형을 살리다 보니 아름다운 곡선을 가진 독특한 2층 장독대가 되었습니다. ‘김홍도의 옹달샘 전통 장독대’는 오랜 아침편지 가족인 김홍도님이 전국 각지에서 수집한 보물 같은 장독과 옛 어른들이 가정에서 쓰시던 주방 소품들을 모아 장독대와 함께 기증하였습니다. 장독대 입구에는 맷돌과 절구, 물 항아리 등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다듬이 돌도 있네요. 저 맷돌은 지금도 곡식을 갈 수 있다고 합니다. 맑은 물을 가득 담은 물 항아리 속에는 수련이 자라고 둥근 박으로 만든 물바가지가 동동 떠 있습니다. 장독대 준공식이 시작되기 전, 아침 나절부터 옹달샘에 도착한 김홍도님 부자는 장독대 안 밖을 정리하고 빈 물독에 물을 채웠습니다. 장독을 닦고 있는 김시연님, 김홍도님의 아들입니다. 장독대에 수도가 없으면 안되지요. 수도 앞에 있는 돌 물확과 원형절구, 놋 세수대야에도 물이 가득 담겨 있네요. 돌 물확 위에 놓아 둔 사발에 수도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찰랑대며 고입니다. 장독대 한 편에 놓인 대소쿠리와 바가지, 사발과 종지들이네요. 정겹습니다. 저 대소쿠리는 청도지역에서 복숭아를 수확할 때 사용했다고 합니다. 말간 햇빛을 쐬고 있는 대소쿠리. 질그릇 약탕기네요. 그리 오래지 않은 시절, 우리의 어머니들은 저 약탕기에 한지를 덮어서 정성으로 약을 달이셨지요. 옆에 있는 놋쇠 그릇도 반갑습니다. 이 질그릇은 햇보리나 껍질을 벗겨야 하는 곡물을 치대는 ‘학독’이라고 합니다. 전라도나 충청도 지역에서 사용했다고 하네요. 이 자그마하고 둥근 항아리는 소금 독이랍니다. 짚으로 똬리를 틀어 만든 뚜껑이 신기하네요. 이 옹기는 장독인가요? 붉은 고추, 참숯, 솔가지를 새끼줄에 엮어 만든 금줄이 쳐져 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수집한 항아리라더니 종류도 참 다양합니다. 새우 젖 독도 보이고 술독도 있습니다. 또다른 금줄을 친 보름달처럼 커다랗고 둥근 항아리가 참 탐스럽습니다. 가지런히 놓인 저 항아리들 속에는 이제 곧 옹달샘에서 직접 담근 간장, 된장, 고추장, 김치 묵은지 등이 건강하게 숨쉬며 익어가겠지요. ‘하루명상’을 오신 아침편지 가족들이 장독대 안 밖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더군요. 얼른 가서 저도 한 장 찍었습니다. ^^ 질그릇들을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 보고 있는 아침편지 가족입니다. 직접 만져보고 쓰다듬어 보기도 하시더군요. 아까 담장 밖에서 사진을 찍던 분들이 장독대 앞에서 차를 마시고 있군요. 따뜻한 봄볕 아래, 참 여유롭고 행복해 보이는 모습입니다. 점심식사 전, 예정 시간보다 조금 앞당겨 장독대 준공식을 하였습니다. 식에 참석한 아침편지 가족들께 고도원님이 김홍도님을 소개합니다. 고개 숙여 인사하는 김홍도님, 곁에 있는 젊은이는 김홍도님의 아들 김시연 학생입니다. “오래 전부터 꿈꾸던 장독대를 옹달샘에 만들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하는 김홍도님. 옹달샘에 전통 장독대를 만들고 싶어하던 고도원님의 꿈과 아침편지 가족 김홍도님의 꿈이 만나 이렇게 아름다운 결실을 맺게 되었습니다. ‘김홍도의 옹달샘 전통 장독대’ 준공식에 참석한 아침편지 가족들이 다 함께 장독대에 모여 기념촬영을 하였습니다. 준공식이 끝난 후 바로 점심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옹달샘 밥상에 맛있는 망개떡이 올라왔네요. 김홍도님이 장독대 준공 기념으로 의령에서 주문해 온 전통 떡입니다. 이 날 점심메뉴인 시래기 밥과 너무 잘 어울리네요. 식사가 끝난 후, 김홍도님이 고도원님께 질그릇 하나하나의 쓰임새와 만들어진 지역 등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옹달샘 주방 요리사들은 아예 수첩을 들고 나왔습니다. 이제부터 이 요리사들이 이 질그릇들을 자식처럼 아끼며 사용하게 될 새 주인인 까닭이지요. 김홍도님이 와담의 문양, 구조에서부터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질그릇들의 각각 다른 특징, 독의 쓰임새 등에 관해 자세히 알려 줍니다. '나눔의집' 옹달샘 주방팀의 김유정 과장이 잘 생긴 항아리를 어루만지듯 닦아 봅니다. 나지막한 산의 능선아래 아름다운 풍경이 된 장독대. 제가 자리를 뜬 지 한 참 후에도 '나눔의집' 주방팀과 김홍도님은 장독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사람을 살리는 건강한 밥상의 꿈을 함께 나누고 있는 것이겠지요. 이제 곧 앞산에는 싱그러운 나뭇잎이 돋아나고 장독대 옆 언덕에도 푸른 잔디가 자라겠지요. 옹달샘에서 장이 향기롭게 익어 갈 무렵에는 낮은 담장 아래 빨간 채송화와 샛노란 들국화도 수줍은 듯 피어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