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잃어버린 채, 혹은 팍팍한 현실에
안주한 채로 살아가는 많은 이에게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이 있다. 꿈 전도사, 꿈의 산파라는 공통된 이름으로 불리는 이들을 만났다. 취재_김민주 기자 사진_이민희(studio lamp) 촬영 협조_깊은산속 옹달샘(1644-8421, 043-723-2033) 서울에서 두 시간 남짓. 기자는 볕이 좋은 가을날, ‘고도원의 아침편지’로 유명한 고도원 선생이 충북 충주에 지은 명상 센터 ‘깊은산속 옹달샘’으로 향했다. 깊게 숨을 들이쉬자, 매캐한 도시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청량하고 무결한 공기가 몸속으로 쑥 들어와 절로 정화가 되는 기분이었다. 이곳에 책 몇 권만 달랑 챙겨 들고 와 종일 산책과 독서만 하다 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유도 알 것 같았다. 오늘 이곳에선 조금 특별한 만남이 준비되어 있었다. 『멈추지 마, 다시 꿈부터 써봐』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등을 쓴 김수영이 ‘아침편지’로 유명한 ‘꿈 아저씨’ 고도원 선생을 만나기로 했기 때문. 명상 센터 내에서도 제법 고즈넉한 자리에 위치한 선생의 서재에서 첫 인사를 나눈 두 사람. 보는 이들을 무장해제시켜버리는 선생의 넉넉한 미소 덕에, 첫 만남의 어색함은 먼지가 되어 날아가버렸고 온기만이 감돌았다. 미디어나 책 등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알고 마음으로만 응원의 메시지를 건넸다는 신?구 멘토는 상처 받은 이들의 영혼을 토닥토닥 다독이듯, 메마른 일상에 희망의 물길을 터주듯, 서로를 향해 꽃처럼 향기로운 말들을 주고받았다 고도원 선생은 300만 명의 회원에게 이메일로 매일 아침, 위로와 희망의 비타민을 전하고 있어요. 수영씨는 꿈 멘토를 자처하며 누구든, 어떤 상황에 놓여 있든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독려하고 있지요. 사람들에게 열심히 꿈을 심어주는 두 힐러가 만났네요. 김수영_저는 혼자 꿈을 이루면서 다니고요. 선생님이야말로 많은 이들에게 큰 위로와 영감을 주고 계시죠. 사실 전 남을 위해 희생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죠. 마더 테레사가 되기보다는 안젤리나 졸리가 되고 싶어요(웃음). 제가 하고 싶은 걸 마음껏 이루면서, 타인에게 무한한 용기와 영향을 주는 인물 말이죠. 그러려면 일단 제 내면을 채우고 제 안에서 넘쳐날 때 고도원 선생님처럼 더불어 나누는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고도원_내가 수영 님(선생은 대화 내내 존경의 의미를 담아 그녀를 수영 님이라 불렀다)의 활동을 눈 여겨보고 있었는데, 아주 잘하고 있어요. 우선 자기 자신을 채워야 에너지가 모아지거든요. 나 또한 많은 활동을 하지만 늘 사색하고 기도를 하는 시간을 확보하죠. 그나저나, 나는 만나는 사람마다 반드시 “당신의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는데, TV를 보니까 수영님도 그러대요. 우리한텐 공통된 DNA가 흐르는 것 같아요(웃음). 무엇이 되고자 한다면, 우선 그 꿈을 말하라 그런데 두 분은 왜 타인의 꿈을 묻고 다니게 된 것인가요? 질문을 받는 이들 입장에선 놀라울 것 같아요. 남에게 내 꿈을 말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물어보는 이도 딱히 없고요. 고도원_저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연설 담당 비서관으로 5년을 보냈죠.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었죠. 몸에 마비가 오고 고개가 안 돌아갈 지경이었으니까요. 터지기 일보 직전인 뇌에 바늘구멍을 낸 게 바로 ‘아침편지’였어요. 제가 감흥을 받았던 책의 한 구절과 감상을 짧게 적으면서 제 마음에도 평화가 깃들었었고, 이를 이메일로 지인들에게 보내기 시작한 것이 현재는 300만 명까지 늘어나는 기적을 만들었죠. 그러면서 제 안에 꿈이 생겨났어요. 몽골에서 말타기, ‘깊은산속 옹달샘’ 같은 힐링 센터 만들기 등 12가지 정도가 됐는데, 당시에 제가 꿈을 말하면 다들 이죽거리고 조롱을 했죠. 현실 가능성이 없게 들렸나 봐요. 그래도 난 그걸 계속 말했고 정말로 하나씩 다 이뤄가고 있어요. 말의 힘을 경험했기 때문에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늘 꿈을 물어보게 돼요. 꿈을 물어보면 절반 이상은 “없어요” “몰라요” 그러면서 겸연쩍어하고 당황해하죠. 하지만 “네가 되고 싶었던 것 없어?” “어릴 때 꿈은 뭐였어?”라고 두세번 물어보면 대답이 달라져요. 요즘 많은 사람들은 꿈을 잃은 채 그냥 남과 경쟁하고 분별 없이 질주하잖아요. 하지만 전 자신의 진짜 꿈을 찾아가는 삶을 살아보라고 말하죠. 누구나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어요. 그런데 그 꿈을 이루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죠. 우선 다른 사람들을 향해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말해야 하고, 기록해야 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야한다는 것이죠. 김수영_저 또한 꿈의 힘을 경험했기 때문에 다른 이들도 자신의 꿈을 찾고 이를 펼쳤으면 하는 마음에서 늘 질문을 해요. 전 스물다섯 살의 나이에 암 진단을 받고서(다행히 초기에 발견해서 완치되었다) 너무 충격이 커 ‘내일 당장 죽을지도 모르는 인생이니 하고 싶을 걸 하면서 살자’ 했는데 그게 터닝 포인트가 되었어요. 당시 73개의 꿈을 써내려가면서 제 삶이 완전히 달라졌죠. 남들이 보기엔 허무맹랑할지라도 그 꿈을 늘 말하고 도전했어요. 그래서 해외에서 커리어도 쌓았고, 부모님께 집도 사드렸고, 인도 발리우드 영화에도 출연했고, 킬리만자로에도 올랐잖아요. 꿈을 상상하는 사람의 하루는 너무도 벅차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고, 그들에게 꿈이 뭐냐고 묻기 시작한 거예요. 처음엔 거부 반응을 보이던 이들도 진득하니 물어보면 나중에 표정이 달라져요. 자기 이야기를 하고 나서는 “물어봐줘서 고맙다” “당신을 평생 못 잊을 것 같다”라고 말해요. 저는 일단 “당신은 누구십니까?”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 “10년 후엔 뭐가 되어 있을 것 같아요?”라고 3가지를 물어봐요. 현재, 미래, 미래로 향하는 중간의 자신을 모두 짚어볼 수 있거든요.
그렇지만 이제는‘꿈너머꿈’을 품어야 한다 두 분 다 개인적인 경험에서 대중을 향한 치유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게 되었죠. 고도원_꿈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저는 항상 ‘꿈너머꿈’을 말해요. 꿈의 방향이 1차적으로는 자기중심이었다가 이타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죠. 누군가가 백만장자를 꿈꾸고, 의사가 되어서 나 혼자 호의호식하겠다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꿈이잖아 요. 그 꿈이 이뤄지는 순간 더러는 그게 재앙이 되기도 하죠. 그런데 백만장자가 되어서 학교를 세우고, 의사가 되어서 힘든 사람들을 돕겠다는 것으로 바뀌면, 그 꿈은 위대함과 품격을 갖추게 되죠. 전 바로 이런 지점을 주창하고 지향해요. 제가 ‘깊은산속 옹달샘’이라는 명상센터를만든 이유도 이 때문이죠. 여기는 명상 치유 공간이기도 하지만 꿈의 징검다리예요. 꿈을 찾지 못해 방황하던 이들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변화의 시작을 갖게 하는 곳. 바로 그런 곳을 만들고 싶어서 시작했거든요. 김수영_선생님은 완전 제 미래의 모습이에요(웃음). 저는 아직까지 이기적이고 지극히 개인적인 꿈도 참 많아요. 요트로 세계 일주를 하고 싶다거나 전문가급 사진작가가 되거나 하는 것들요. 제 삶이 이타적이라고 볼 수는 없어요. 근데 궁극적으로 제가 바라 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꿈을 찾을 수 있도록 제가 영감을 주는 일이에요. 왜냐면 제가 그렇게 해서 바뀌었기 때문이에요. 폭주족에 가출도 일삼고, 실업계 고등학교에 다니던 제가 골든벨을 울리고, 대학을 가고, 세계를 향해 뻗어갈 수 있었으니까요. 힘든 건 맞지만 절망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 다 같이 성장하고 자신의 진짜 꿈을 찾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인 거죠. 고도원_본인은 이타적이 아니라 하지만 사실은 한 가지 꿈이 아니라 복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 자체가 이미 이타적이에요. ‘나도 김수영처럼 도전을 하면서 살아봐야지’라는 생각을 심어주며 누군가의 멘토가 되고 있잖아요. 근데 꿈과 ‘꿈너머꿈’을 가진 사람들은 늘 체력 관리를 잘해야만 해요. 정신없이 내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맥이 풀려버리거든요. 여러 사람의 꿈을 이뤄주는 멘토는, 그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 때문에 멈추지 않고 계속 전력을 다해서 위로 솟구쳐야만 해요. 그때 개인적으로 외로움도 느끼게 될 것이고, 예상치 못한 장벽과도 맞닥뜨리게 될 거예요. 하지만 젊으니까, 잘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김수영_제가 강연회를 할 때, 저를 만나고 싶어서 지방에서 서울로 오셨는데 부득이한 사정 때문에 사인을 못해드려 저한테 상처를 받았다, 이용을 당한 것 같다는 식의 메일을 받으면 많이 속상하고 힘이 빠지기도 해요. 그런 게 아닌데 말이죠. 고도원_지금은 젊으니까 사람들의 말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저 원하는 대로 나가요. 지금 나이는 충분히 모든 것을 되돌릴 수도, 다시 쌓을 수도 있으니까요. 이제부터 나를 향한 모든 상처를 다 선물이라고 생각하면서 마구 저질러요. 김수영_걱정 마세요. 들이대고 다시 일어나는 건 제 주특기예요(웃음). 고도원_나는 이 진리를 인생의 후반에 알았는데, 수영 님은 전반에 알았으니 나보다 한발 앞섰네. 수영 님은 앞으로 더 중요한 인물이 될 거예요. 난 그렇게 믿어요.
모든 실패와 굴곡은 결국 다 선물이다 그런데 항상 사람들이 나를 향해 힘든 것, 괴로운 것들을 이야기하잖아요. 어느 순간 ‘고통 받이’가 되어버린 것 같다는 느낌은 안 드나요? 고도원_정말 많은 사람이 ‘깊은산속 옹달샘’에 힐링을 받으러 와요. 요즘 사회생활하기가 힘들다보니 다들 상처를 열 꾸러미씩 어깨에 짊어지고 살거든요. 겉으로 건강해 보이는 이들도 내면엔 다 트라우마가 있어요. 솔직히 그걸 쏟아내기 시작하면 때론 나도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그런 분들을 어떤 기운으로든 회복시켜 보내야 하는 게 제 임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명상이나 기도로 제가 에너지를 채우지 않으면 어두운 주파수 하나에 그냥 밀려버려요. 처음엔 저도 굉장히 휘청거렸어요. 힐러가 된 이상 내가 고요해지는 법을 훈련해야 할 거예요. 눈물도 많이 흘리게 될 거고요. 김수영_처음에 책을 내고 이름이 알려졌을 땐 제게 연락이 오면 일일이 답장도 해주고 취업까지 직접 시켜주기도 했어요. 그들의 고민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요. 근데 제가 일일이 다 개입한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도 알았고, 결국 자기 인생은 스스 로 해결해야만 하는 것이더라고요. 그냥 제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꿈의 파노라마’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해서 전 세계 사람들의 꿈을 인터뷰해봤죠. 다른 사람의 꿈을 통해 자기를 돌 아보라는 취지예요. 민족 간의 분쟁 때문에 목숨 걸고 국경을 넘어와 제3국을 떠돌면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 사람, 유명 가수였지만 병으로 목소리를 잃은 사람, 잘나가는 회사에 다니다 모든 걸 내려놓고 진정한 자유를 찾아 심플한 삶을 사는 사람 등등 세상 사람들의 다양한 꿈과 인생을 통해 해답도 찾고, 갑자기 내 고민이 아무것도 아닌 걸로 변하기도 하니까요. 수영씨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던진다는 그 질문. 이번엔 제가 해볼게요. 10년 후 두 사람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요? 고도원_계속 꿈을 꾸는 꿈 아저씨로 살고 싶어요. ‘꿈너머꿈’을 갖다 보면 할 일이 점점 늘어나거든요. 이메일 하나로 시작해서 지금까지 왔잖아요. 제가 2003년 9월 아침편지에 ‘제가 꾸는 꿈의 종합 편입니다. 산 좋고 물 맑은 대한민국 어느 깊은 산속 에 세계적인 명상센터를만드는 것이죠’라고 썼는데 지금 이렇게 이루어졌잖아요. 국가나 기업의 돈을 한 푼도 받지 않고 십시일반 후원금을 받아서 이걸 이룬 거예요. 믿어지세요? 이게 바로 꿈의 힘입니다. 앞으로는 어린 세대부터 노년까지 모두에게 힘을 주는 프로그램을 원활히 진행하고 싶어요. 향기가 나는 아침편지(공학도인 아들이 이뤄줄 거라 믿는단다)도 만들어보고 싶고요. 김수영_제 커리어도 쌓아가겠지만, 지속적으로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가 되고 싶어요. 오프라 윈프리처럼 방송도 하고 재단도 만들어서 아이들의 꿈을 지원하고 싶고요. 서로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없나요? 고도원_나는 학교에서 제적도 당해보고, 콩밥도 먹고, 사기도 당하고 젊은 시절에 10년간을 완전한 아웃사이더로 살았어요. 절망의 바닥까지 내려가본 사람이죠. 근데 지나고 보니 그게 다 좋은 경험이 되더라고요. 수영 님도 많은 경험을 통해 성장하길 바 라요. 상처와 좌절을 딛고 일어선 수영 님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힐링이 되는 것이니까. 그리고 너무 유명해지는 것도 경계하고요. 인기란 언제든 떨어지는 법이니까 말이죠. 김수영_지금처럼 열심히 달려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기댈 수 있는, 해답을 구할 수 있는 멘토가 되어주세요. 고도원_얼마든지요. 아, 그리고 연애도 많이 해봐야 해요. 딱 100명의 남자와 사귀어봐요. 우리 같은 사람은 사랑을 알아야 해요(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