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 조송희 |
단풍은 붉게 타오르고 물기를 거둔 나뭇잎들은 땅으로 몸을 내리는 시간입니다. 숲이 깊어 계절이 천천히 오고 가는 깊은산속 옹달샘도 요즈음 깊을 대로 깊은 가을이 절정의 향기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서초구 아버지센터에서 진행하는 '아빠와 함께 떠나는 옹달샘 일일캠프'가 있는 날입니다. '아빠와 함께 떠나는 옹달샘 일일캠프'는 단풍으로 멋지게 물든 옹달샘으로 아빠와 자녀가 함께 여행을 떠나 와 아름다운 자연과 건강한 음식, 좋은 프로그램으로 하루를 만끽하는 즐거운 가을 소풍입니다. 옹달샘 도서관은 아침부터 어린 손님들로 가득합니다. 엄마 아빠와 함께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아이들의 모습이 어쩜 이리도 진지한지요. 가을이 가득한 첫문광장에서 아빠의 따뜻한 시선을 받으며 뛰어노는 아이들의 발걸음에는 신바람이 가득합니다. 이렇게 활짝 웃는 아빠의 얼굴을, 이렇게 즐거워하는 내 아이를 가까이에서 본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자연명상을 하기 위해 첫문광장에 모였습니다. 자연명상은 땅의 촉감, 나무의 숨소리, 바람의 손길, 새소리, 풀벌레소리... 훼손되지 않은 자연의 원형과 소리를 경험해보는 시간입니다. 양탄자처럼 푹신한 숲길을 아빠와 자녀가 손잡고 걸으며 느껴지는 교감을 통해 서로의 존재와 소중함을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걷기명상길이 있는 옹달샘 뒷산에는 '용서의 길', '사랑의 길', '화해의 길', '감사의 길', 등 총 4가지 테마가 있는 산책로가 있습니다. 오늘 걷는 길은 쭉쭉 뻗은 낙엽송이 가득한 '용서의 길'입니다. 아빠와 아이가 손을 잡고 숲길을 걷습니다. 아이는 눈을 감고 아빠에게 온전히 자신을 맡깁니다. 아빠가 날 지켜 줄 것이라는 절대적인 믿음이 있기에 돌부리가 차이는 비탈지고 좁은 숲길도 두렵지가 않습니다. 징소리가 울리면 발걸음을 멈추고 눈을 떠서 숲을 바라봅니다. 아빠와 내가 손잡고 지나온 길이 저 아래에 있습니다. 싱그러운 나무향기가 코끝에 감깁니다. 내 아이의 말을 듣기위해 몸을 낮춥니다. 꼭 쥔 손에서 아이의 보드랍고 따뜻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아이의 목소리가 음악소리보다 좋습니다. 이제 차례를 바꾸어서 아빠가 눈을 감고 아이가 아빠 손을 이끕니다. 지금은 산같이 높고 커서 한없이 기댈 수 있을 것 같은 아빠, 그 아빠도 언젠가는 훌쩍 커버린 아이가 이끄는 대로 순하게 자신을 맡길 때가 올 것입니다. 숲길을 돌아오니 둥글고 환한 공간이 나타났습니다. 깊은 숲속에서 명상을 하고, 수련을 하거나 춤을 출 수도 있는 숲속 명상 데크 '꿈춤숲'입니다. 아이와 아빠가 서로 마주보고 앉았습니다. 어린아이는 아빠 무릎 위에, 조금 큰 아이는 아빠와 무릎을 맞대고 앉았습니다. 눈, 코, 입, 귀, 턱 선과 이마... 아이가 여린 손가락으로 아빠의 얼굴을 따라 그림을 그려봅니다. 아빠도 아이의 작은 얼굴을 손가락으로 그려보고 만져봅니다. 아이가 아빠 볼에 뽀뽀를 하고 아빠가 아이에게 입을 맞춥니다. 아빠와 보낸 시간, 이 행복한 기억을 엄마에게도 빨리 알려주고 싶습니다. 옹달샘에서 먹는 밥은 꿀맛입니다. 맛있는 수육에 평소에는 잘 먹지 않던 김치와 야채까지 볼이 미어져라 먹는 아이가 사랑스러워, 바라보는 아빠의 눈길에도 꿀이 뚝뚝 흐릅니다. 김예경 선생님의 '아빠 특강' 시간입니다. 키즈맘스쿨의 대표로 오랜시간 부모상담을 해 온 경험을 공감되는 에피소드로 풀어놓아 주신 덕분에, '내 아이'를 좀 더 가까이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비채방에 따로 모여 '칭찬명상'을 하였습니다. 나를 칭찬하고 부모님을 칭찬하는 것이 좀 쑥스럽네요. 하지만 글을 쓰다 보니 내가 참 많은 사랑을 받는 멋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아빠랑 놀자' 시간입니다. 가족소통으로 방송에도 여러 번 소개된 적이 있는 가족소통연구소 탁경운 소장이 시범조교로 아들 현우까지 데리고 와서 신나는 놀이판을 벌였습니다. 아이가 아빠의 양말을 직접 벗기고 그 양말로 공을 만들어서 아빠와 던지며 노는 '양말공던지기' 게임입니다. 발 냄새 나는 양말공을 힘껏 던지고 받으며 스트라이크를 외치는 아이들, 신이 났습니다. 아빠랑 하는 엉덩이 씨름입니다. 아이의 야무진 엉덩이 씨름 기술에 아빠도 여지없이 나가떨어집니다. 얼굴에는 가위바위보 게임에 져서 붙인 스티커들이 가득하네요. 곳곳에서 까르르 웃음이 터집니다. 나무젓가락과 고무줄로 만든 새총놀이입니다. 고무줄 총알로 병 위에 있는 탁구공을 맞추는 놀이인데요. 이 게임은 아빠들이 더 신이 났습니다. 골목골목을 누비며 총싸움을 했던 소년시절의 기억이 고스란히 되살아 난 모양입니다. 풍선 하나로도 참 여러 가지 게임이 가능합니다. 풍선 부는 모습은 아이도 아빠도 똑 같은 소년이지요? '아빠와 함께 떠나는 옹달샘 일일캠프'는 아이와 아빠가 함께 즐기는 소풍이자 작은 축제입니다. '아빠와 함께 떠나는 옹달샘 일일캠프'는 아버지와 어린 아들, 아버지와 어린 딸이 서로의 소중함을 더 깊이 확인하고 평생 기억할 추억을 만드는 행복한 추억여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