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 조송희 |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 '고도원의 아침편지'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성 야고보의 별이 뜬 들판)를 향해 걷는 명상치유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산티아고 길'은 그리스도의 제자 성야고보의 생애를 기리는 순례길로 시작해 지금은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바꾼 명상과 치유의 길입니다. 파울로 코엘료는 산티아고를 걸은 후 쓴 소설 '연금술사'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작가로 새로 태어났으며, 언론인이었던 서명숙님은 이 길 위에서 얻은 영감으로 제주 올레길을 만들었습니다. 아침편지의 '산티아고 순례길 치유여행'은 산티아고로 가는 여러 갈래의 길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프랑스길'을 걷습니다. 프랑스 땅인 생장 피에드 포르에서 출발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이르는 800km의 길, 그 중 가장 아름다운 길을 7일 동안 걷고 바르셀로나와 빌바오, 마드리드 등 대표적인 도시들을 여행하며 스페인의 자연과 역사, 예술을 온전히 누리는 16일의 일정입니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향해 걷는 첫 일정은 스페인의 작은 도시 팜플로나에서 시작합니다. 길은 드넓은 들판과 낮은 언덕을 지나며 마을과 마을로 이어져 있습니다. 간간히 만나는 순례자들은 단체로 걷는 우리가 신기한 모양입니다. 어디서 왔느냐고 자꾸 물어봅니다. 한 여행자는 자진해서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네요. 이 길 위에서 만나는 순례자들은 모두 친구이자 동지가 됩니다. 배낭에 하얀 조가비를 하나씩 달고 길을 걷는 순례자들입니다. 조가비는 노란화살표와 더불어 산티아고 길을 상징하지요. 여행자들은 저 무거운 배낭을 지고 30~40여일을 걸어 산티아고에 입성합니다. 대부분 추수가 끝난 들판은 비질을 한 듯 정갈합니다. 길가의 꽃들은 맑고도 담백한 빛을 지녔습니다. 걷고 있는 두 다리로 땅의 싱싱한 기운이 차오릅니다. 오랫동안 막혀있던 가슴 속으로 시원한 바람이 지나갑니다. 드디어 마을입니다. 먼저 도착해 나무그늘 아래서 쉬고 있던 일행들이 반갑게 손을 흔들어주네요. 발바닥이 아프고 허벅지가 당기던 참입니다. 곧 알베르게도 보이겠지요. 아, 알베르게! 두세 명씩 짝을 이루거나 혼자서 걷던 사람들이 모두 한 알베르게에 모였습니다. 알베르게는 순례자들의 쉼터이자 숙소이지요. 알베르게에서 마시는 진한 에스프레소와 싱싱한 오렌지를 바로 짜주는 쥬스 한 잔이면 지친 몸과 마음에 새 힘이 돋습니다. 다시 들판입니다. 끝없이 펼쳐지는 지평선, 뜨거운 태양이 기울어가는 오후의 붉고 기름지고 아름다운 땅을 걷습니다. 오늘은 용서의 언덕이라는 페로돈 봉을 거쳐 '푸엔타 라 레이나'다리에서 걸음을 멈춥니다. '여왕의 다리'라는 별명을 지닌 '푸엔타 라 레이나'다리는 유럽에서 가장 우아한 로마네스크 양식의 다리라고 합니다.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과 광활한 옥수수밭, 추수한 밀밭을 지난 길은 노란 화살표를 따라 또 다른 길로 하염없이 이어집니다. 그 길 위에서 너무나 지쳐 한 발자국도 더 옮기기가 어려울 때는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부축해주면서 함께 걸어갑니다. 또 다시 마을입니다. 길 끝에서 만나는 마을은 얼마나 반가운지요. 아침지기들이 뒤에 처진 일행들에게 알베르게로 가는 이정표가 되어주네요. 선두에서 걷던 고도원님과 윤나라님은 길가의 알베르게에서 벌써 카푸치노 한 잔을 마셨나봅니다. '내딛는 발걸음마다 꽃이 피고, 길이 열린다.'는 고도원님은 커피한잔으로 누구보다 달콤한 1유로의 행복과 휴식을 즐겼을 것입니다. 또 다른 알베르게에서는 한 무리의 일행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네요. 아침지기들이 점심 도시락으로 싸준 샌드위치와 간식을 펼쳐놓고 한 잔의 커피를 곁들여 먹는 점심식사, 꿀맛입니다. 알베르게에 들르면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일이 순례자 여권에 도장을 찍는 것입니다. 순례자 여권은 산티아고 길에서 순례자임을 알리는 증명서로서 카미노를 걸으며 만나는 알베르게, 여행안내소, 카페, 식당, 박물관 등에서 그 지명과 명칭을 담고 있는 도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오늘은 산 마르틴 델 카미노-아스토르가까지 20km를 걷는 날입니다. 길을 걷기 전에는 가벼운 체조로 몸을 풀어주지요. 오래, 많이 걷는 여행에서 준비운동은 뭉친 근육을 풀어주고 부상을 예방합니다. 더 큰 효과는 다함께 파이팅 하는 기운을 모으는 것입니다. 오늘은 고도원님께 새로운 파트너가 생겼습니다. 길 위에서 고도원님은 최고의 길벗이자 훌륭한 스승입니다. 언덕을 넘어서자 멀리 마을이 보입니다. 앞서 가던 순례자들이 환호를 하더니 소리 높여 노래를 부르네요. 성당의 종소리가 아련히 들립니다. 울컥 눈물이 쏟아질 것 같습니다. 마을 어귀에서 일행을 만났습니다. 길고양이에게 샌드위치 속에 들어 있던 햄을 나누어주고 있네요. 오래 전부터 알았던 사이처럼 고양이도 낯을 가리지 않습니다. 이 길에서는 개와 고양이, 들꽃과 바람까지도 그저 천연스럽습니다. 성당 앞에서 무언가 메모를 하고 있는 일행들입니다. 순례 길에는 마을마다 성당이나 수도원이 있습니다. 성당은 마을사람들이 미사를 드리는 곳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순례자들을 위하여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길을 걷다가 다친 순례자들을 치료해주고 숙박도 하게 했지요. 그래서 순례 길을 걷는 것은 마을과 마을을 잇는 수도원을 순례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부르고스 대성당을 둘러보며 자유 시간을 즐기는 일행입니다. 여행에서 음식은 빼 놓을 수 없지요. 산티아고 길에서 최고의 인기메뉴는 스페인식 문어요리인 뿔뽀입니다. 부드럽게 삶은 문어에 올리브 오일과 소금으로만 맛을 내고 약간 매운맛이 나는 향신료를 살짝 뿌렸는데 음~ 맛있습니다. 같은 조원인 한의사 상형철님은 길에 지천으로 떨어진 알밤을 잔뜩 주워 와서 이사람 저 사람에게 까 주느라 너무너무 바쁘시네요. 아침편지의 '힐링허그 사감포옹'은 이제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 어느 곳에서나 통하는 춤이 되었습니다. 스페인의 작은 마을 몰리나세카에서 펼쳐진 '힐링허그 사감포옹'에 마을 주민들이 더 신이 났습니다. 오늘은 산티아고로 가는 여정 중 가장 높은 지점에 있는 철의 십자가에 도달하는 날입니다. 자욱한 안개 속에서 명상을 합니다. 겹겹의 산줄기가 내려다보이는 높은 언덕이지만 한치 앞도 가늠하기 힘든 안개가 하늘과 땅, 사람의 경계를 풀어헤칩니다. 안개 속에서 걷기명상을 하는 동안 길이 사람에 스미고 사람이 길에 스며듭니다. 이승과 저승의 혼미한 경계를 넘어가 마침내 우리 모두 저 마른 풀들 사이로 아득히 사라져버릴 것 같습니다. 철의 십자가가 바라보이는 언덕에서도 징소리가 울립니다. 우리가 걸은 시인의 길, 영혼의 길, 순례자의 길 위에서 다 함께 손을 잡았습니다. 깊고 따뜻한 포옹을 나눕니다. 해발 1505m의 폰세바돈 언덕 정상에는 산티아고 데 카미노의 가장 상징적인 기념물인 철 십자가상이 있습니다. 오래 전 이 언덕에는 선사시대의 제단이 있었고 로마시대의 길과 교차로의 신이자 죽음의 신인 메르쿠리우스를 모시는 사제들의 제단이 있었습니다. 그 제단 위에서 우리들은 길 위의 기도를 올립니다. 오늘 우리가 내려놓은 삶, 또 다시 걸어가야 할 우리의 긴 여정에 신의 가호를 빌면서...... 오늘은 아스토르가라는 작은 마을에서 밤을 보냅니다. 마을이 너무 작아서 큰 호텔이 없다네요. 일행이 두 팀으로 나눠졌습니다. 저는 가우디박물관이 마주보이는 광장에 있는 오래된 호텔에 들었습니다. 최고급 호텔에서 잠을 자다가 이렇게 소박한 호텔에 드니 그 또한 너무 좋습니다. 창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15분 간격으로 치는 성당의 종소리가 지척인 듯 들립니다. 광장에는 촉촉하게 비가 내리고 멀리서 '부엔 까미노!' 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가슴이 뻐근해집니다. 아무래도 오늘밤은 쉽게 잠들지 못할 것 같습니다. 걷기 7일 째입니다. 이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별이 뜨는 들판이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별을 향해 나아가는 그 길에 비가 내립니다. 숲 속의 작은 집에서 커다란 개가 걸어 나와 꼬리를 흔듭니다. 순하디 순한 개입니다. 이 아름다운 길에서 만나는 모든 것에 입 맞추는 마음으로 그 커다랗고 순한 개에게도 입을 맞춥니다. 조금 더 걸어가니 숲의 개울가에서 한 남자가 피리를 불고 있습니다. 작은 망아지가 그 남자의 곁을 지키고 있네요. 요정의 나라에 온 듯 신비스러운 풍경입니다. 비속을 오래 걸었더니 온 몸이 다 젖었습니다. 젖은 몸은 천근인데 자꾸만 웃음이 납니다. 이 빗속을 걷는 동안 참 많은 사람이 울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울지 못했다는 한 남자는 홀로 걸으며 어른이 된 후 처음으로 빗줄기보다 더 크게 울었고, 한 여인은 가슴 속에 돌처럼 단단하게 뭉쳐있던 통증을 녹여내며 울었습니다. 그리고 웃었습니다. 드디어 빗속의 대장정을 끝냈습니다. 이 시간, 이 기쁨은 함께 나누고 싶어 먼저 도착한 조원이 마지막에 오는 조원까지 기다려 다 함께 마지막지점을 향해 나아갑니다. 빗속에 고도원님이 마지막 한사람이 다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며 한 사람 한사람 하이파이브를 하며 맞아줍니다. 드디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했습니다. 여행가족 성만호님이 순례길 0km 지점에 정수리를 대고 깊은 절을 합니다. '길이 나를 불렀다.' 산티아고를 걸은 수많은 사람들이 했던 말입니다. 내가 길을 나선 것은 나의 뜻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나를 부른 길에 응답한 것이었습니다. 나를 부른 신께 응답한 것이었습니다. '그 길에 나를 세워준 신께 감사합니다.' 산티아고성당에서 올리는 감사와 기쁨의 기도, 너무나 오랫동안 꿈꾸어왔던 순간입니다. 마침내 피스테라에 왔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 치유여행'의 마지막 여정, 이베리아 반도의 끝에 있는 땅끝 마을(Fisterra)입니다. 순례자들은 이곳에서 순례를 마무리하며 입었던 옷과 신발 등을 태웁니다. 우리는 세상 끝에 있는 이 바다에서 명상을 합니다. 우리 안에 어두움이 다 사라지기를, 더 맑고 강건해지기를... 더 많이 감사하고 더 많이 사랑하기를... 철철 넘치게 감사하고 사랑하기를... 아침편지의 산티아고 여행은 산티아고 길을 걷는 것과 동시에 스페인의 역사와 문화, 예술을 함께 누리는 여행입니다. 오늘은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에 왔습니다. 대형 청동 거미 마망(Maman)'이 먼저 눈에 뜨네요. 구겐하임 미술관은 쇠락해가는 철의 도시 빌바오를 '예술의 도시'로 새롭게 바꾸어놓은 세계적인 명소입니다. 미술관을 곳곳을 즐기는 아침편지여행 가족들이네요. 바르셀로나에 있는 안토니 가우디의 건축물 '구엘 공원'에서는 전 세계의 항구를 돌며 여행하고 있는 해군사관학교 학생들을 만났습니다. 먼저 알아보고 다가와 인사하는 학생들과 반갑게 악수하는 고도원님. 가우디가 남긴 미완의 유산이자 최고의 걸작 '성가족 성당'을 둘러보는 아침편지 여행가족들입니다. '성가족 성당'은 아직도 건축 중에 있습니다. 바르셀로나 여행의 핵심은 가우디 건축기행입니다. 바르셀로나 지도를 들고 가우디 건축물을 찾아다니는 여행가족 김귀자님. 현지인에게 지도를 보여주며 위치를 물어보고 있네요. 이처럼 자유롭게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는 일정도 참 재미있습니다. 가우디 건축의 핵심은 자연을 주제로 한 장식과 구조입니다. 공동주택의 새로운 모델을 선보인 카사밀라와 카사바트요에서도 물결치는 곡선과 아치, 흥미로운 장식과 조각품 등 파격적이고도 창의적인 건축양식을 볼 수 있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 치유여행' 별이 뜨는 들판을 향해 걸어가는 그 아름다운 길이 당신을 기다립니다. 부엔 까미노! '산티아고 순례길 치유여행' 자세히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