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 조송희 |
라일락향기 짙은 계절입니다. '깊은산속 옹달샘'에서 '어린왕자'를 주제로 두 번째 독서명상이 열리는 날, 링컨학교를 리모델링한 옹달샘 도서관도 첫 손님을 맞이할 단장을 끝냈습니다. 옹달샘에 온 어린왕자는 화가이기도 한 윤나라 실장의 손끝에서 탄생했습니다. 독서명상기간 내내 참여자들 곁을 지켰던 어린왕자 곁에서 환하게 웃는 고도원님. '한 권의 책은 위로가 되고, 격려가 되고, 친구가 됩니다. 테크놀로지가 아무리 발달해도 우리의 마음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이 시간이 저와 여러분에게 의미 있는 불시착이 되기를 바랍니다.' 자기소개와 함께 첫인사를 나누는 고도원님과 참여자들입니다. 독서명상을 시작하기 전에 호흡을 가다듬고 짧은 명상을 합니다. 책 위에 손을 얹고 마음에 와 닿았던 책 속의 문장을 생각합니다. 그 문장이 내게 던져 준 의미를 생각합니다. 나의 어린왕자가 누구인지를 생각해 보는 시간, 내 삶의 불시착과 내 인생의 사막에 대해 조별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어린왕자는 생텍쥐페리가 마지막으로 인류에게 쓴 유서 같은 작품입니다. 그래서 더 깊은 위안을 주는 작품입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어린왕자가 되어야합니다." 어린왕자로 참여자들과 함께 행복하고도 의미 있는 수다를 떠는 고도원님입니다. 신록이 눈부신 옹달샘의 5월, 책으로 나누는 교감과 수다는 도서관 밖에서도 깊고 길게 이어집니다. 코끝에서 알 수 없는 꽃향기가 일렁입니다. 글자사이로 멀리서 우는 뻐꾸기 소리가 날아듭니다. 푸른 나뭇잎 사이로 구름이 흘러갑니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듭니다. 맑고 서늘하고 달콤한 잠입니다. 숲에서 즐기는 독서명상입니다. 누워서보는 숲의 하늘입니다. 조별 독서나눔은 자유롭게 편안하게 진행됩니다. 옹달샘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내 삶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여우가 어린왕자에게 말한 길들인다는 것은 '사랑'인데 그 길들임에 함정은 없는 것일까?" 조별로 재미있는 토론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휴식시간입니다. 여자 숙소가 있는 '하늘다락방'으로 오르는 언덕길에도 신록의 향기가 가득합니다. 둘째 날 오후에는 작은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프로그램 참여자인 김다혜님이 깜짝 선물로 준비한 바이올린 연주네요. 하얀하늘집이 순식간에 작은 음악회장으로 변했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학생, 주부, 유학준비생, 교사, 음악가, 교수, 검사, 회사원, CEO 등 참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참여했습니다. 시인이자 교수인 고명수님은 세익스피어의 '햄릿' 중 한 구절을 즉흥적으로 낭송해 박수를 받았습니다. "저에게도 혈관 하나하나가 다 아프게 느껴질 만큼 고통스러웠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더 단단하게 잡아주는 힘, 나의 어린왕자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독서명상이 끝나고 마음을 나누는 시간, 검사 3개월 차 신지원님의 눈물어린 고백이 당당하고 아름답습니다. "저는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입니다. 어린왕자는 제가 그다지 좋아하는 책이 아닙니다. 암 투병 후, 옹달샘에 하루라도 빨리 와보고 싶어서 독서명상을 선택한 것이지요. 그런데 독서명상을 하면서 이 책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유명한 교수가 이 책에 대한 강의를 했다면 절대 내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을 것입니다. 책을 놓고 나누었던 참여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이 어떤 강의보다 감명 깊었습니다." 러시아에서 사업을 하시다가 건강을 위해 귀국한 강명순님의 진솔한 소감입니다. 일정은 모두 끝났지만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카페테라스에서 나누는 이별의 차 한 잔이 쉽게 끝날 것 같지도 않습니다. 옹달샘의 봄이 깊어갑니다. 여리고 환한 저 연초록의 나뭇잎은 점점 더 짙고 단단한 잎사귀로 자라나겠지요. 그렇게 옹달샘의 숲은 더 우거지고 그늘은 더 깊어질 것입니다. 날이 더 뜨거워지면 옹달샘 푸른 숲에서 책 한권 읽으며 쉬어가시길, 고운 당신을 위해 시원한 바람 한 자락, 둥글고 흰 구름도 함께 불러다 놓겠습니다. '옹달샘 독서명상' 신청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