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 조송희 |
10월, 가을이 깊어가는 시간입니다. 어둠이 내리는 예술의 전당에도 추억처럼 불이 켜지고 울려퍼지는 음악에 맞춰 분수가 춤을 춥니다. 예술의전당 걷기명상 제2탄. 오늘은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안토니 가우디'의 작품과 함께 '꿈너머꿈 걷기명상'을 하는 날입니다. '안토니 가우디 전 꿈너머 꿈 걷기명상' 가우디의 천재성을 보여주는 학생 시절의 건축 도면, 디자인 구상, 스케치는 물론 그가 만든 캐스트, 가구, 장식, 건축물 및 당대의 기록 사진, 멀티미디어, 건축물 모형 등 300여 점의 전시물 속을 천천히 걸으며 명상하는 걷기명상. 가우디가 남긴 작품으로 그의 꿈과 대화 할 수 있는 특별하고도 귀한 시간입니다. 한사람, 두 사람... 디자인 미술관으로 모여들어 자신의 이름표를 확인하는 아침편지 가족들입니다. "이번 전시회가 가우디가 꿈꾸었던 모더니즘과 그의 경이로운 작품세계를 이해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걷기명상을 시작하기 전 가우디전에 관한 짧은 해설을 한 가우디전 전시 기획사 CCOC 강욱대표님의 말입니다.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다' 가우디는 곡선으로 가득한 자연의 선, 섬세하고도 강렬한 자연의 색을 그의 건축물에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한 사람의 위대한 예술가가 젊은 시절부터 죽는 순간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열정을 기울인 건축 작품과 그 흔적을 둘러보는 일은 또 하나의 아름다운 우주를 만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가우디가 사랑한 가우디의 도시, 바로셀로나의 건축물을 영상으로 만납니다. 가우디가 있게 한 '꿈의 후원자' 구엘! 그는 가우디의 아낌없는 후원자이자 둘도 없는 친구였습니다. 가우디는 그를 위해 빼어난 건축물을 만들었고 그 건축물은 바르셀로나 시민의 휴식처이자 세계에서 그의 작품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모든 이의 영감 가득한 휴식처가 되었습니다. 천정에 걸린 작품과 작품을 관람하는 내 모습을 아래에서도 볼 수 있고 카사밀라(Casa Mila)모형은 천정에 달린 거울을 통해 공간의 내부배치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징~~~~ 전시장 안에 징소리가 길게 울립니다. 가만히 멈추어 서서 눈을 감습니다. 작품이 내게 말을 걸어옵니다. 작품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가우디와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작품을 만난다는 것은 가우디가 홀로 마주했을 절대고독의 순간, 슬픔과 좌절의 순간, 헤아릴 수 없는 깊은 고뇌와 영광의 순간을 만나는 일입니다. 가우디의 도시주택 설계에서 화려한 절정을 보여준 카사밀라의 평면모형을 오래도록 들여다보는 고도원님입니다. 아름답고 표현력이 풍부한 창문과 발코니의 연속적이고 자유로운 구성... 고도원님이 꿈꾸는 옹달샘의 건축물이 바로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우디의 역작이자 바르셀로나의 상징이 된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의 모형입니다.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은 한 도시의 건축과 풍경을 바꾼 건축물이자 가우디의 꿈과 신앙, 열정과 고독, 숭고한 희생을 담고 있는 미완의 진행형입니다. 가우디의 건축도 한 때 논란의 대상이었습니다. 시대착오적이고 거의 비윤리적인 작품으로까지 여겨지면서 사람들에게 외면당했지요. 하지만 지금은 다시 대중의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이 변한 것이지요. '신은 서두르지 않는다' 1882년부터 건설되고 있는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은 2016년 가우디 사후 100주년을 기념하여 완공 될 예정입니다. 오로지 기부금으로만 건설되는 이 성당은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미래이기도 합니다. 신기한 듯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의 모형을 들여다보는 아이입니다. 전시회를 보는 동안 아이의 가슴에는 세계적인 건축가라는 꿈의 북극성이 떠올랐을지도 모릅니다. 가우디의 작품은 지속적인 협력을 보여준 장인들의 존재를 빼 놓고 이야기 할 수가 없습니다. 대장장이의 아들이었던 그는 금속재료를 다루는데도 뛰어난 재능을 보였지요. 가우디는 의도적인 아름다움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기능성과 편안함을 추구하며 인간의 신체에 적합한 가구를 제작하였습니다. 가우디와 관련된 서적과 문서 앞에 발길을 멈춘 고도원님입니다. 유난히 책을 아끼고 글을 사랑하는 작가의 피는 감출 수 없는 법인가 봅니다. '내 작업실 앞에 나무가 나의 스승'이라 말하는 가우디. 가우디는 수많은 건축가와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가우디를 닮고 싶어 하는 또 하나의 꿈나무네요. 걷기명상이 끝난 후 휴식시간, 미술관 홀에 정성이 가득한 간식들이 준비되어있습니다. 들깻송이 부각과 말린 사과, 쫀득하고 향기로운 건과류를 얹은 수제 요거트, 사과장아찌 샌드위치와 쿠키와 머핀등 모두 옹달샘에서 직접 만든 음식입니다. 맛있는 꽃마영양바와 보이차도 준비되어있네요. 가을저녁 미술관에서의 티타임이라니~ 뜻밖의 멋진 파티에 초대받아온 듯 근사한 기분입니다. "정말 맛있네요. 특히 깻잎부각은 대박이예요!" "엄마 요거트가 맛있어요." 오랜 만에 함께 미술관 나들이를 한 오랜 친구, 부부, 사랑스런 아이와 함께여서 더 행복한 시간입니다. 멀리 시드니에서 날아 온 화백 김승희님이 고도원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눕니다. 이번 '가우디전 꿈너머 꿈 걷기명상'에도 호주, 미국, 제주 등 외국과 전국 각지에서 200명의 아침편지 가족이 참석했습니다. 서미순(옹달샘 음식연구소 소장)님이 참여자들께 오늘 준비한 음식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네요. '이건 대체 어떻게 만든 거냐?'고 묻는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2부 행사, 미니콘서트와 고도원님 특강을 듣기위해 미술관 안으로 다시 입장합니다. 가우디전 전시장 안이 객석이 되었습니다. 나누어준 방석을 깔고 앉은 아침편지 가족들, 훌륭한 작품 속에서 연주와 강연을 듣는 자리니 조금 불편한 자리도 흔쾌하기만 합니다. 클래식 기타리스트 이건화님의 연주, 스페인의 정열과 촉촉한 감성이 객석을 휘어잡습니다. 김민기의 '가을편지'가 기타의 선율에 얹히니 눈물이 쏟아질 것 같습니다. 가을 밤, 가우디 전시장에서 듣는 기타소리가 이렇게 가슴을 울릴 줄 몰랐습니다. "가우디의 삶에도 여러분의 삶이 녹아 있습니다. 저의 삶이 녹아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구엘 같은 영혼의 동반자가 필요합니다." 스페인 답사여행에서 가우디의 건축물을 돌아보며 깊은 영감을 받았던 고도원님, 주말이면 다시 70여명의 아침편지가족과 함께 스페인 산티아고로 떠날 고도원님의 특강이 어느 때보다 절절합니다. 박수로 응답하는 아침편지가족들입니다. 걷기명상과 특강이 모두 끝났지만 마음속의 여운은 가시지가 않습니다. 다시 한 번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 천천히 작품을 둘러보거나 기념사진을 찍는 것도 아직 남아있는 감동을 잘 갈무리하는 방법입니다. "여러분 제가 이 졸업장을 천재에게 주는 것인지, 아니면 광인에게 주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그것을 우리에게 말해 줄 것입니다." 바르셀로나 건축학교 교장이었던 엘리아스 로젠이 1878년 가우디에게 졸업장을 주면서 한 말입니다. 100년의 세월이 지난 후 우리는 천재 가우디를 만나 그의 작품 사이를 걷고 그의 건축이 하는 말을 듣습니다. 그가 담아내고 싶어 했던 자연의 숨결, 신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세월이 더 지나면 오늘 우리가 쓴 이야기에 누군가 귀를 기울이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작품 해설의 일부는 '가우디전'도록을 참조하고 인용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