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글 : 조송희 |
눈부신 봄날입니다. 햇살은 따뜻하고, 세상의 꽃들은 저마다의 빛깔로 피어올라 생명의 환희를 노래합니다. '순천&옹달샘 잠깐멈춤'이 열리는 순천만 정원 에코촌의 습지에도 노란 유채꽃이 만발했습니다. 행복 힐링도시를 위해 순천시와 깊은산속 옹달샘이 함께하는 '순천&옹달샘 잠깐멈춤'도 지난 가을과 겨울을 지나 벌써 세 번째 계절, 봄을 맞았습니다. 숨 가쁘게 달려가던 삶의 길에서 잠깐 멈추어 선 사람들, 하늘을 보고 꽃을 보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 63명이 아름다운 순천만 정원의 '에코촌'에 모였습니다. "명상의 핵심은 호흡입니다. 숨을 깊이 들이쉬고 천천히 내쉬십시오. 반복하다보면 몸이 편안해지고 마음이 고요해질 것입니다." 명상을 시작하기 전에 호흡법을 설명하는 고도원님입니다. '힐링 마사지' 시간입니다. 우주의 좋은 기운이 내 손에 모여서 내 손이 치유의 통로가 됩니다. 우리는 모두 힐러입니다. '웃음명상' 시간입니다. 다함께 동그랗게 모여 앉아 눈을 들여다보고 손도 잡아 봅니다. 어린아이처럼 율동을 하며 노래도 부릅니다. 마주 앉은 사람들이 모두 활짝 핀 한 송이 꽃들이네요. 저절로 웃음이 납니다. 이렇게 마음 놓고 눈물이 날 만큼 크게 웃어 본 적이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구겨졌던 마음이 활활 펴지고 단단하게 뭉쳐있던 마음이 물처럼 녹아내리는 것 같습니다. 고도원님의 특강 '행복이란?'입니다. "프로이드는 3가지 행복을 말합니다. 사랑과 일, 놀이가 그것이지요. 놀이에도 격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최고의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때론 진지하게 때론 유쾌하게 풀어내는 고도원님의 열정적인 강의에 프로그램 참여자들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향기명상'시간입니다. 천연 페퍼민트, 로즈마리, 라벤더등을 블랜딩한 아로마 오일 몇 방울을 떨어뜨려 향기를 맡아봅니다. 아로마 오일로 서로의 손을 맛사지하고 서로의 귓불을 어루만져줍니다. 아로마 향기가 온 몸에 스며듭니다. 온몸의 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도 함께여서 더 시원하고 더 행복합니다. 짙은 아로마 향기 속에서 내 안의 어린아이와 만나는 시간, 내 안의 나와 화해하는 시간... '향기명상'을 할 때는 눈물이 쏟아집니다. '향기 명상이 끝난 후, 눈물 젖은 얼굴로 박수를 치는 참여자들입니다. '에코촌'에 밤이 왔습니다. 한옥의 장지문으로 비치는 불빛이 따뜻하네요. 저 방안에는 도란도란 이야기꽃이 피고 있겠지요. 밤새 봄비가 내렸습니다. 까무룩한 잠결에 들리는 창호지 밖의 빗소리는 어쩜 그리도 달콤하던지요. 이른 아침에 창을 여니 처마 끝에 빗물이 후두둑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비에 씻긴 봄날 아침의 공기는 맑고 부드럽습니다. 여린 나뭇잎과 꽃들, 작은 열매에 수정 같은 물방울이 송알송알 맺혀있네요. 비가 내린 다음날, 이른 아침의 산책은 몸과 마음에 맑은 바람 한 줄기 불어넣듯 청량합니다. 봄 향기 가득한 순천만 정원의 '걷기 명상'입니다. 길옆으로는 연초록 나뭇잎 싱그럽게 돋아 오르고 활짝 핀 꽃잔디가 보랏빛 수를 놓은 것 같은 꽃길을 천천히 걸어갑니다. 징~~~ 징소리가 길게 울립니다. 발걸음을 멈추고 눈을 감습니다. 코끝을 스쳐간 꽃향기가 온 몸에 감깁니다. 재잘대는 새소리가 머리 위에서 쏟아져 내립니다. 문득 그리운 사람이 눈앞에 떠오릅니다. 철쭉이 만개한 꽃동산 위를 둥글게 둥글게 원을 그리며 걷습니다. 마치 신선이 된 듯, 어느 때보다 화려한 걷기명상입니다. 걷기명상을 끝낸 후, 순천만 정원을 자유롭게 산책하는프로그램 참가자들입니다. 일 년 중 가장 아름답다는 이맘때의 순천만 정원, 그 정원의 주인인 순천시민이지만 이렇게 오롯이 내 것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선물 같은 시간입니다. 산책이 끝난 후, 꿈의 다리 앞에서 '사감댄스'와 '사감포옹'을 시작합니다. 새처럼 훨훨 날며 춤 출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요. 함께 춤추는 일이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지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뜨겁게 솟구쳐 오르는 감동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울컥 눈물이 납니다. '잠깐멈춤'! 드디어 1박2일의 짧은 일정이 모두 끝나고 마음 나누기 시간이 되었습니다. "어머니의 권유로 어떤 프로그램인지도 모르고 참석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30년의 내 시간을 정리하고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뜻밖의 결실을 얻었습니다.어머니와 함께여서 더 행복했습니다."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미워했던 사람, 그리고 나 자신과도 화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눈물과 함께 쏟아내는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고도원님이 일일이 경청하고 대답합니다.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1박2일 잠깐 멈추어 섰던 시간, 나 자신을 눈물로 치유했던 이 시간을 잊지 않겠습니다." 어린이집 교사로 지난 한해 유난히 마음고생이 심했던 한 참가자가 고도원님과 눈물의 포옹을 합니다. 비가 그친 들판입니다. 옅은 안개 너머로 푸르게 개어오는 하늘, 길은 끝없이 뻗어 있습니다. 그 길 위에서 하늘 위로 힘껏 날아오릅니다. 눈부신 봄날입니다. 꽃은 꽃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저마다의 향기로 충만한 계절입니다. 비 갠 뒤에 하늘이 더 푸른 것처럼 마음을 마음으로 치유 받은 사람들의 향기는 더 깊어질 것입니다. |